어제 고양이 에피소드에 이어 오늘은 TV동물농장에서 방송한 한 새의 안타까운 사연을 함께 볼까 합니다.
제작진들이 제보를 받고 찾아간 곳에는 딱새가 둥지를 짓고 알을 낳아 품고 있던 중이었는데요. 그냥 새의 둥지가 있어서...가 아니라 이상하게도 4개의 알 중에서 단 하나만 사이즈가 확연히 차이가 났던 게 문제의 시초였습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집주인 분이 TV동물농장에 연락을 해 전문가님이 직접 방문을 해보았는데요. 모양도, 무늬도, 색상도 엇비슷하지만 크기가 너무나 다른 이 알의 정체는 놀랍게도 뻐꾸기의 알이라는 것...! 어쩌다가 이게 제 둥지도 아니고 다른 새의 둥지 안에 들어가게 된 것인지 그 이유가 참으로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사실 뻐꾸기는 다른 새들과 달리 탁란이라고 해서 제가 낳은 알을 자신이 품고 키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놓고 떠나는 비정한 새라고 하더군요. 주로 제 알과 흡사한 모양새를 띈 뱁새나 딱새의 둥지를 노려 어미가 먹이를 구하려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그들의 알을 하나 없애고 그 자리에 대신 자신의 알을 둔다는... 신기하기도 하고 기가 막히기도 한데 여러모로 이것 참 정말 못된 행동이 아닐 수 없네요...
거기다 그렇게 두고 간 제 알을 잘 품어주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주변을 어슬렁 거리며 매일 뻐꾹~ 뻐꾹~ 하고 운다고 하는데 이러한 진실도 모른 채 딱새어미는 제 알인 줄만 알고 이를 정성껏 품어주고 있는 상태라고 하네요.
알을 색으로만 구분을 하기 때문에 비슷하게 생긴 원수의 알을 그저 제 아이인 줄로만 아는 안타까운 모정... 거기다 원체 몸이 작은 터라 제 아이들보다 약 3배 가량은 더 큰 뻐꾸기 새끼를 품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을텐데도 온 힘을 다해 알을 지키고 있더라구요. 어미가 힘들어하자 아비새 역시 틈날 때마다 먹이를 물어와 힘을 주고 있지만 이들은 여전히 자신의 아이를 없앤 원수의 자식을 품어주고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껍질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온 뻐꾸기 새끼와 딱새 새끼들... 비극은 또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고개도 채 못들 만큼 막 태어난 뻐꾸기 새끼가 갑자기 둥지 안에 있던 딱새 새끼들과 아직 부화하지 않은 알까지 다 밖으로 밀어내버린 것! 갑작스러운 상황에 깜짝 놀란 어미가 망연자실 떨어진 알에 눈을 떼지 못하는데요. 끝내 울음을 터트린 어미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결국 자리를 떠나고 맙니다.
이 상황을 모니터한 TV동물농장 제작진과 주인 분 역시 놀란 얼굴을 감출 길이 없어보였는데요. 우선은 떨어지긴 했지만 무사한 알과 새끼를 다시 둥지에 넣어주긴 했지만 여전히 이 상황에 대한 충격은 어마어마한 상태...
그런데 알고보니 이들은 본능적으로 그리고 생태적으로 자기 자신 외에는 둥지 안에 그 어떤 것도 존재해 있다는 걸 허용하지 않는다는 사실!! 그래서 이처럼 알이나 새끼나 뭐가 있다는 낌새를 알아차리면 그게 뭐가 되었든 다 밖으로 밀어낸다는 것이었습니다.
애초에 뻐꾸기의 어미가 이 둥지를 선택한 이상 이 운명은 거스를 수 없다고 설명하시는 TV동물농장 전문가 선생님... 안타깝다는 마음으로 사람이 개입해 뻐꾸기 새끼를 빼낸다거나, 딱새가 눈치를 채 어떤 위협을 가하게 되면 이를 근처에서 다 지켜보고 있던 어미 뻐꾸기가 딱새를 죽일 수도 있어 섣불리 행동할 수가 없다고 하네요.
정말 무슨 한 편의 막장드라마를 보는 듯한 사연이었지만, 이게 허구가 아닌 실제 자연의 섭리라는 게 참 무섭고 잔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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